대세는 아침형 인간이다. 그리고 아침형 인간이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10여년전 국내 모 그룹에서 계열사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전 7시에 출근해서 오후 4시에 퇴근하는 획기적인 업무스타일인 ‘7?4제’를 획일적으로 시행했다. ‘7?4제’는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강산이 한번 바뀐 지금 ‘7?4제’는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고 아침형 인간이 실패했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획일적으로 적용하여 실패한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매사 모든 일이 그렇듯이 무조건 유행이나 신드롬을 따라 가서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아침형 인간만 해도 그렇다. 남들이 한다니까 무작정 따라 하다가 건강을 해친 사람이 적잖다.
사람마다 유전적으로 수면습관을 물려받는다. 이를 인위적으로 바꾸면 몸에 무리가 가게 된다. 때문에 아침형과 저녁형을 택하기 전에 자신이 처한 내?외부적인 상황이 고려되어야 한다. 고려 대상 1순위는 체질. 한방에서는 양인의 체질을 가진 사람들이 아침에 눈뜨기가 비교적 쉽다고 한다. 소양인과 태양인처럼 몸 안에 양기가 많은 이들은 햇빛의 기운에 잘 호응하기 때문에 해가 뜨는 새벽부터 활기가 넘친다. 해가 진 무렵부터 양기가 급격히 떨어져 피로를 느끼므로 저녁 회의나 야근을 피해야 한다.
반면 소음인과 태음인은 음기를 갖고 있어 양기가 강한 아침에는 힘을 쓰지 못한다. 아침에 단전부터 기운이 머리까지 상승하면서 서서히 깨어나고, 오전 중에는 일의 효율이 떨어진다. 이들은 아침형 인간이 되기보다 퇴근 후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야 좋다. 그러나 태음인은 성격적으로 부지런하고 체력이 뛰어나 아침형 인간으로도 적격이다.
체질 못지않게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직업이다. 새벽시장 상인이 아침형 인간을 고집하다가는 제 명에 못 산다. 마 찬가지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저녁형 인간으로 살다가는 보따리를 싸야 한다.
결국, 직업에 맞는 생활습관을 길들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아침형 인간은 직장인들이 많고 저녁형 인간은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인들이 많은 편이다. 직장이라 해도 IT업종에는 근무하는 직장인 가운데는 저녁형 인간이 적잖다. 같은 회사 내에서도 업무에 따라 아침형과 저녁형으로 나뉜다. 독일의 건강 연구학자 페터 악스터는 그의 저서 ‘잠꾸러기 건강법’에서 “인공조명 아래서 장시간 작업하는 정신 근로자는 저녁형이 유리하고, 자연채광에 익숙한 현장 근로자는 아침형이 바람직하다”고 밝히고 있다.
생활습관을 결정짓는 0순위가 체질과 직업인데, 이들 사이에도 궁합이 맞아야 한다. 그러나 요즘 같은 취업난에 궁합까지 맞추기란 쉽지 않다. 오랫동안 하던 일은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럴 때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으로 살아야 한다면, 아침에 할 일은 저녁 때 미리 해놓으면 된다. 자기계발은 기본이고, 가방 챙기기와 샤워, 그리고 입을 옷까지 챙겨놓으면 아침시간이 여유로워진다. 반대의 경우도 별반 다를 바가 없다.
물론, 이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정답은 우리들 주위에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여건에 맞게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생활습관이다. 아침형과 저녁형의 구분은 시간 활용을 위한 방법론일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