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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홍빛 동백에 마음 빼앗기러 봄마중 가자

№1이천구년™ 2009. 2. 23. 22:02
머니투데이

선홍빛 동백에 마음 빼앗기러 봄마중 가자

기사입력 2009-02-22 13:41 기사원문보기

[머니투데이 민병준 여행전문 작가][[머니위크]한국의 걷고 싶은 길/ 거제 지심도]

선혈 같은 동백꽃이 수북하게 떨어져 있는 어둑한 동백터널, 하늘 높이 솟아오른 아름드리 해송, 햇살도 파고들지 못할 정도로 빼곡한 상록수림, 동박새 지저귀는 소리에 문득 뒤돌아보면 붉은 동백꽃 너머로 몸을 뒤척이는 쪽빛 바다…. 지심도 오솔길을 산책하며 감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예전 거제도는 섬 전체가 동백 천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학동 동백림(천연기념물 제233호)과 지심도를 비롯한 몇몇 군락지 외에는 동백이 별로 남아있질 않다. 이유는 싱싱한 꽃봉오리 채로 뚝 하고 떨어지는 동백꽃이 마치 죄인의 목이 잘리는 형상이라 조선시대 귀양 온 선비들이 꺼려해 주변의 동백나무를 마구 베어냈기 때문이라나.

◆상록수림으로 뒤덮인 작은 섬

거제 남동쪽 장승포 앞바다에 떠있는 지심도는 동백나무 원시림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섬이다. 지심도(只心島)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이 마음 심(心)자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보리알과 비슷하다 하여 ‘보리섬’으로도 불려왔다. 요즘에는 동백나무가 많다 하여 동백섬이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지심도 안에는 희귀종인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팔손이 해송 등 모두 3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그중 동백나무가 무려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

지심도의 면적은 0.356㎢, 해안선의 길이는 십리가 채 안 되는 3.7㎢, 가장 높은 지점이 해발 97m이니 아담하고 낮은 섬이다.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후반 무렵인 조선 현종 때 15가구가 처음으로 옮겨와 살았다고 한다. 이들은 대대로 이 작은 섬에서 고기 잡고 텃밭을 가꾸면서 대를 이어왔으나 일제강점기인 1936년 일본군이 이곳을 요새로 삼으면서 어쩔 수 없이 정든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당시 이곳에는 일본군 1개 중대가 주둔했다. 섬 북동쪽의 국방과학연구소 뒤편에 남아있는 포진지와 탄약고 등은 당시의 흔적이다.

해방과 함께 일본군들이 떠나자 주민들은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다. 현재 지심도 주민은 12가구 20여명. 이들은 텃밭에 남새 키우고, 자그마한 과수원에 밀감 유자 등을 가꿔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 중 5~6가구는 섬에 붙박이로 살고 있고, 나머지는 장승포에서 드나들며 민박을 친다. 광복 직후부터 살아온 주민은 3가구. 나머지는 근래 들어와 터를 잡은 외지인인데, 이들은 우연히 지심도에 들어왔다가 지심도의 정갈한 경관에 매혹되어 머물게 된 것이라고 한다. 대부분 장승포에 사는 집주인에게 세를 얻어 민박 치며 생계를 잇고 있다.

지심도는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따금 낚시꾼들이나 찾아들 뿐 관광객은 많지 않은 섬이었다. 그러나 아늑한 경관과 호젓한 맛에 반한 사람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면서 알음알음 찾아드는 사람이 늘었고, 이후 신문 잡지 방송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전국 유명 동백꽃 감상지가 되었다.

◆3월이 되면 선홍빛 동백꽃이 절정

지심도 동백은 보통 11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겨울에도 피고 지기를 거듭하는데, 3월에 절정을 이루고 4월 초순이 되면 대부분 스러진다. 관광객은 사시사철 꾸준히 찾아들지만, 특히 동백꽃이 만개하는 3월 주말에는 하루에도 1000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든다.

지심도는 해안이 대부분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선착장에서 마을로 오르는 200m 가량의 비탈진 길 말고는 대부분 부드럽고 평평하다. 또한 원시림으로 들어찬 작은 섬치고는 길이 비교적 잘 나있는 편이고, 지심도에서 선착장과 민가 사이의 비탈길에만 콘크리트를 깔아놓았을 뿐 나머지는 부드러운 흙길이다. 따라서 어린이들도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다.

일반 관광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선착장~동백하우스~운동장~포진지~탄약고~활주로~방향지시석~해안전망대~망루~동백하우스~선착장 회귀 코스는 걷는 데만 1시간30분 정도 걸린다. 따라서 2~3시간 정도면 여유 있게 지심도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만약 하룻밤 묵는다면 저녁 산책과 새벽 산책도 빼놓을 수 없다.

한편 지심도에는 독특한 어로 방법이 전해온다. 바로 대나무 끝에 매단 큼직한 그물로 뜰채를 만들어 물고기를 잡는 뜰채낚시다. 주민들은 이 재래식 낚시장비를 ‘반대(반두)’라고 부른다. 뜰채낚시를 바다에 던져놓고 크릴새우나 홍합부스러기 등의 밑밥을 던져 넣으면 이를 먹기 위해 물고기가 몰려드는데, 이때 그물을 들어 올리면 되는 것이다. 잡히는 어종은 학꽁치, 우럭, 자리돔 등 매우 다양하다. 요즘에는 학꽁치가 주종을 이룬다. 지심도 선착장에서 뜰채낚시로 고기를 낚는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

여행정보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비룡분기점→중부고속도로(구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통영 나들목→14번 국도→사등→연초→장승포 <수도권 기준 5시간 소요>

●배편 거제도 장승포항에서 지심도 가는 배는 보통 1일 5회(08:00, 10:30, 12:30, 14:30, 16:30) 운항. 지심도에서 장승포항으로 나오는 배도 1일 5회(08:20, 10:50, 12:50, 14:50, 16:50) 운항. 요금은 왕복 성인 1만원, 소인 5000원. 15~20분 소요. 하지만 손님이 10명 이상 모이면 언제든 운항하며, 성수기(3월~10월15일) 휴일에는 거의 매시간 운항한다. 동절기(10월16일~2월 말) 평일에는 10:30, 14:30 배는 운항하지 않는다. 장승포에는 여객선터미널 3군데가 가까이 있는데, 반드시 장승포동사무소 바로 옆에 있는 지심도 여객선터미널을 찾아가야 한다. 지심도 도선 문의 전화 055-682-2233

●숙박 선착장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동백하우스(011-859-7576), 등나무민박(011-584-8758), 갈매기민박(011-9339-3802), 황토민박(011-835-2276), 해돋이민박(016-9664-7180), 전망좋은집(019-483-4811), 섬마을바다풍경(011-9592-7672), 피싱하우스(010-8513-4581), 샛끝민박(010-4871-7179)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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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준여행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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